“07년 11월 20일, 나는 목마른 자입니다.”

- 시편 94편 / 묵시 21:1~8 / 마태 17:1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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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 1. (말씀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이 시간, 추운 날씨 가운데 이 저녁기도에 참여한 옆 사람 손을 잠시 잡아 줍시다.


# 2. (말씀 안에서) 만나기.

제가 마음 깊이 따르기를 원하는 몇 사람 중에 마틴 루터 킹 Jr. 목사님이 계십니다. 일반인들에게 민권운동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루터 킹 Jr. 목사님은, 스스로가 가장 헌신하는 부분이자 자기 정체성의 첫 번째를 ‘복음 설교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복음설교자이자 운동가로서의 삶을 소망하던 저는 걸음마도 부모의 걸음을 모방하면서 시작하듯이, 루터 킹 Jr. 목사님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 저곳을 더듬거리며 그분의 설교를 찾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들은 그 분의 설교 현장 오디오는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의 설교는 불을 토하는 것 같았고, 그의 설교를 듣는 회중은 마치 무도회장에 온 사람들처럼 열광적인 화답으로 급진적인 그의 설교에 답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가 주로 흑인들이 모이는 침례교회의 목사로 목회를 감당하며 주로 그런 교회들을 중심으로 민권운동을 진행했고, 그런 교회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예배와 회중의 화답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전형적인 흑인 교회라는 사실을 알고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급진적인 설교 내용과 열광적인 회중 예배가 함께 할 수 있단 사실이 잔잔한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만 볼 수 있던 특별한 광경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마음 깊이 따르기를 원하는 몇 사람 중 또 한명인, 함석헌 선생님의 강연에서도 그런 광경은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틴 루터 킹 Jr. 목사가 인도하듯 열광적인 예배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함석헌 선생님의 강연 때에는 마치 우리의 마당놀이판에서 한판 기분 좋게 놀듯 설교하고 화답하는 회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그 구성진 입담으로 자신의 생각을 성서의 이야기에 빗대어 풀어주며 “그렇지 않소!”라고 하면 회중들이 큰 웃음이나 “그렇소!”라며 크게 화답하곤 했다는 겁니다.

가르침을 삶으로 보여주신 이 분들을 통해 저는, 이처럼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키며,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오랜 시간 그 영향력을 미치며 회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멋진 말이나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치장하거나, 꽉 짜인 논리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게 하는 점잖은 훈계가 아닌, 그것을 넘어서 회중이 함께 놀라고 웃고 울며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의 한탄을 입 밖으로 몸 밖으로 소리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설교자의 임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3. (말씀에) 머물기.

이런 제게 오늘의 본문들은 특별합니다. 저와 같이 죄 많고 아픔 많은 이들을 찾아와 그 죄와 아픔으로부터 건져내어 구원하시려 찾아오신 주님을 믿지 못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를 향해 예수님께서 호통 치시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아비 없는 자식으로, 천한 일을 하는 어미의 무능력한 큰아들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란 저는 남들 눈치를 보며 없어도 있는 척하며 살았습니다. 오늘 복음서 말씀에서 예수님의 안타까움이 가득한 꾸중을 들은 제자들과 믿음 없는 세대처럼, 믿음이 없는데도 있는 척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들을 몹시도 괴롭히는 마귀를 쫓아내기를 원하나 ‘이것이 가능할까?’하며 믿지는 못하는 아비의 의심이 제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없을 때 슬며시 예수님을 찾아와 “저희는 왜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라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믿음 없음과 능력 없음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하며 묻는 제자들의 무능력과 의심이 제게도 가득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의 1독서 묵시록 21장 8절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허락받지 못하는 비겁하고 죄 많고 흉측스러우며 살인과 간음한 자가 바로 저입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흉내 낸 마술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속이며 하느님께로부터 능력을 받아 전하는 척하는 마술쟁이가 저이고, 하느님 외의 것들인 돈과 명예를 좇고, ‘나는 너희들보다는 좀 더 진보적이다.’, ‘신앙적으로 좀 더 보수적이다.’ 아니면 ‘나는 너희보다는 좀 더 솔직하다.’, ‘좀 더 순결하다.’는 자기 자랑으로 가득 찬 거짓말쟁이가 바로 저입니다.

아직까지도 이렇게 의심 많고 죄 많은 자이기에, 저는 아직도 하느님의 은혜와 예수님을 통한 용서의 능력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마틴 루터 킹 Jr. 목사님의 설교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이란 원래가 철저한 자기 부정 속에서도 자기중심적일 수 있으며, 자기희생적일 때도 얼마든지 독선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게다가 사람은 자아를 살찌우기 위래 타인에게 관대할 수도 있으며 자부심을 갖기 위해 경건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인간에게는 덕을 악으로 격하시킬 수 있는 비극적인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랑 없는 박애는 한낱 비열한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 없는 순교는 영적 자만심에 불과합니다. 그렇습니다. 최고의 덕은 사랑입니다. 삶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영원한 사랑과의 영원한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주어진 약간의 시간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마틴 루터 킹 Jr. 목사님의 지적에서 하나도 벗어날 것이 없는 부족한 자입니다. 그렇기에 오늘 시편 94편 18절의 고백처럼 “주님, 제 다리가 휘청거립니다!”라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런 울부짖음에 조건 없이 저를 찾아와 사랑으로 붙들어 주시는 주님의 사랑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자입니다. 시편 94편 20절에서 말하듯, 법의 허울로 남을 해치는 법정과 주님은 함께 어울리실 수 없는 분이십니다. 그렇기에 저는 나의 요새이고 바위이신 그 분에게 달려가 나를 숨겨 달라 울며 애원하고, 그때 주님은 묵시록 21장 4절에서 약속했듯이 당신의 백성인 저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고 저를 새롭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처럼 목마른 자의 심령과 삶을 살아가는 저에게 주님은 언제나 생명의 샘물을 약속하십니다.


# 4. (말씀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가기.

이런 저는 하느님 앞에서 비겁한 자, 믿음이 없는 자, 흉측스러운 자, 살인자, 간음한 자, 마술쟁이, 우상 숭배자,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누구인지 밝히며 그들을 정죄하며 나는 그런 자가 아닌 것을 감사해하며 노래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고 선포하며 믿음의 사람인 우리는 안심하자고, 우리에겐 새 하늘과 새 땅의 약속이 주어졌으니 안심하라고 위로할 수도 없습니다. 그 약속으로부터 떨어질까 두려워하라고 협박하고 싶은 마음은 더 더욱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바로 그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가 죄인인지는 오직 주님께서 정하실 일이고, 그 앞에서 섰을 때에야 비로소 결정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제가 죄인이고 이런 저를 찾아 주님께서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주님을 만났기에, 더욱 간절히 새 하늘과 새 땅을 목말라 한다는 것입니다. 죄인인 내가 어찌 다른 이들의 죄를 쉽게 정죄하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습니까? 동성애이든, 다른 종교인이든, 작은 죄이든 큰 죄이든, 그 모든 죄는 최종적으로는 주님의 판단아래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보다 더 큰 죄인인 내가 용서받고 받아들여졌는데, 그들은 왜 안 된다고 손가락질하며 선을 그어야 합니까?

이 자리에 저와 같은 죄인이자 목마른 자가 더 계신다면, 죄인이며 목마른 우리에게 생명의 샘물을 거저 마시게 하시는 주님, 우리 모두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주님을 의심하는 우리의 삶에서 벗어나 주님께로 한걸음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은 세상 속으로, 바로 여기로 우리와 나를 찾아오신 그 주님처럼, 세상 속에서,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눴습니다. 아멘.

(바람숨결 합장.)


* 2007년 성공회대 신대원에서의 마지막 말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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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11/20 20:47 2007/11/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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