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년 8월 23일, 말씀나눔 ]

"빚진 자의 의무를 잊은 사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먼저 우리 가운데 허락된 하느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잊지 말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옆 사람과 이 곳에 모인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과 격려를 전합시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혜에 빚진 사람입니다."


 그럼 우리 본문의 말씀을 찬찬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해 제자들과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을 가르치곤 했는데, 오늘의 본문에서도 그렇게 제자들에게 비유로 가르침을 전하고 계십니다. 그 중에서 '하늘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말입니다.

 그러면서 인격이 아닌 어떤 대상인, '하늘나라'를 인격을 가진 '포도원 주인'과 같다고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그 포도원 주인이 후한 것처럼 하늘나라도 후하기 때문에,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계십니다. 그 가운데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이야기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에 고민하거나 의문을 갖게 만드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포도원 주인은, 아침 9시와 12시, 그리고 오후 3시,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오후 5시에 인력시장에 나가서 그때까지도 빈둥거리며 일자리를 못 찾고 있던 사람들을 불러서 포도원 일에 대한 계약(합의)을 맺고 일을 시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들이 주목할 것은 주인은 그 모든 일꾼들을 고용하면서, 언제 일을 시작하든지 그 모든 사람들을 한 데나리온이라는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액수에 고용한다는 겁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계속 되어 일꾼들이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고 품삯을 지급받게 됩니다. 먼저 5시에 포도원으로 와 1시간 일한 일꾼이 약속대로 한 데나리온씩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들보다 먼저 포도원에 와서 일하던 일꾼들은 저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 아침 9시부터 온 사람이 계산합니다. '저 사람은 오후 5시에 와서 딱 1시간 일하고 한 데나리온을 받았으니, 오후 3시쯤에 온 사람은 한 데나리온 반, 12시는 두 데나리온, 그렇다면 난 적어도 삼 데나리온 정도는 받겠구나!'

 그런데 그가 품삯을 계산하여 받을 순서가 되자, 그의 그런 기대어린 계산이 여지없이 깨져버렸습니다. 그도, 원래 일을 시작하면서 계약했던 대로 한 데나리온만 지불받았기 때문이죠. 그러자 그는 큰 소리로 투덜거리며 주변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불공평하잖아요! 어떻게 내가 한 시간만 일한 저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난 저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일했다고요!"

 그러자 그 일꾼 앞으로 주인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조용하고 낮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합니다. "나는 당신이 다른 곳에서 받는 만큼의 하루 품삯을 정확하게 지불하기로 약속했소.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분명히 지켰소. 그런데 당신은 내게 '불공평'하다며, 큰 목소리로 항의하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군요. 내 포도원에서 다른 이들의 품삯을 어떻게 줄지를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었소? 내 것을 가지고 당신이 계산하여 지불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한 나라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는데, 그 나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처럼 자본주의의 법칙이나 북유럽에서처럼 사회주의의 법칙과 같은 것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그 하늘나라의 주인인 '하느님의 뜻대로'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자본주의에선 자본주의만의 계산방식이 있고, 사회주의에서는 사회주의식의 계산방식이 있습니다. 그처럼 저희 집에선 저희 집만의 계산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희 집에선 그 어떤 것보다 책에 대한 지출이 1순위이고, 의류와 관련된 비용은 얼마 이상은 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죠. 이런 것처럼 그 하늘나라에도 그 나라의 주인인 하느님만의 법칙이 있고 그 나라에 들어온 모두는 그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 속에 나오는 그 포도원의 일꾼들은 그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고, 평소의 자기 방식대로 생각하고 계산을 하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건방지게도 그들은 다른 일꾼들에 대해서도 자신이 주인인양 그가 받을 하루 품삯을 대신 계산하는 오만함을 보입니다. 심한 말로 하느님 앞에서 심판받을 자들을 구해줬더니, 그 은혜도 모르고 자신보다 좀 못해 보이는 다른 사람을 심판하고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주인이 보기에, 이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 꼴이겠습니까? 사실 이 비유의 핵심은 다른 비유의 이야기와 통합니다. 함께 찾아서 읽어볼까요? 마태오 복음서 18장 24~35절입니다. 먼저 찾으시는 분이 우리를 위해서 큰 소리로 읽어 주십시오.

 24 셈을 시작하자 일만 달란트나 되는 돈을 빚진 사람이 왕 앞에 끌려 왔다.  25 그에게 빚을 갚을 길이 없었으므로 왕은 '네 몸과 네 처자와 너에게 있는 것을 다 팔아서 빚을 갚아라'고 하였다.  26 이 말을 듣고 종이 엎드려 왕에게 절하며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곧 다 갚아 드리겠읍니다' 하고 애걸하였다.  27 왕은 그를 가엾게 여겨 빚을 탕감해 주고 놓아 보냈다.  28 그런데 그 종은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밖에 안 되는 빚을 진 동료를 만나자 달려들어 멱살을 잡으며 '내 빚을 갚아라'고 호통을 쳤다.  29 그 동료는 엎드려 '꼭 갚을 터이니 조금만 참아 주게' 하고 애원하였다.  30 그러나 그는 들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료를 끌고 가서 빚진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 두었다.  31 다른 종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매우 분개하여 왕에게 가서 이 일을 낱낱이 일러 바쳤다.  32 그러자 왕은 그 종을 불러 들여 '이 몹쓸 종아, 네가 애걸하기에 나는 그 많은 빚을 탕감해 주지 않았느냐?  33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할 것이 아니냐?' 하며  34 몹시 노하여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그를 형리에게 넘겼다. (공동번역, 마 18:24~34)

 그렇습니다. 한 달란트는 6000데나리온인데, 일만 달란트를 탕감 받은 자가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당시, 노동자의 100일간의 품삯) 빚진 자를 추궁하다가 결국 백 데나리온의 60만분의 1의 욕심 때문에 60만 배에 해당하는 용서를 잃게 된다는 겁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입니까!

 마태오 복음서 18장에서 비유되고 있는 그 몹쓸 종과 오늘 본문에서 먼저 와 일하고 있던 그 일꾼들이나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빚진 자가 그 빚을 아무 조건 없이 탕감해 줬더니, 어느새 그 은혜를 다 잊어버리고 교만한 자가 되어 자신이 탕감 받은 그 빚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빚진 자를 추궁하고 벌하려 합니다. 그는 분명 주인이 아닌데도, 주인인 것처럼 착각하며 행동을 합니다. 자기가 받은 은혜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빚진 채무자가 어느새 빚을 준 채권자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오늘 본문의 일꾼들은 심지어 주인에게 마땅히 도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한 것처럼, 주인에게 빚을 준 자처럼 큰소리칩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이처럼 심판자처럼 채권자처럼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먼저 부름 받아 하느님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하느님의 큰 은혜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부름 받아 하늘나라의 약속을 받은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마땅히 받아야 할 것보다 더 큰 것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안에서도 서로의 몫을 놓고 다투고 시기하며 다른 사람을 심판하고 판단합니다. 우리의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가 주인인 것처럼 행세합니다. 그런 사람은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날, 주인이신 하느님께 그 일꾼처럼 책망 받을 것입니다. "내 것을 가지고 네가 왜 주인행세를 하느냐!"

 우리 책망 받는 일꾼이나 몹쓸 종이 되지 않기 위해서 좀더 겸손함을 구합시다.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계산을 우리가 하지 맙시다.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합시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내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우리 주님께서 이미 다 계수하고 계심을 잊지 맙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눴습니다. 아멘.

06년 08월 23일, 바람숨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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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03/23 02:04 2007/03/2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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