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시간의 대부분을 나에게 집중한 하루.

채점석 베이커리. 이중섭 미술관. 꼬마해녀 숨비 캐릭터 가게. 황금부엌. 오래 운전해도, 멋진 하늘 빛깔 덕분에 덜 지치는 제주길. 만춘서점. 함덕 해변가.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머물러 있는 공간.

달달하고 맛난 빵. 느릿느릿 꼼꼼히 살펴보는 작품.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 작은 선물을 고르는 기쁨. 한 번 더 오고 싶은 밥집. 그 독특한 빛깔만으로 위로가 되는 하늘 아래, 그 길을 달리는 기분. 잠시 머물러 깊이 들이마신 책냄새. 거친 만큼 시원한 해변가. 소망과 기도가 머물러 있는 공간.

아주 가끔은 ‘온전히’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 갖기.

누군가 내게 “영성이 뭔가요” 라고 물으면, 나는 성공회 사제이자 현대 영성가로 유명한 케네스 리치 신부가 쓴 책 제목을 말해주곤 한다. “하느님 체험”.

우리는 ‘우상’도 ‘비하 대상’이나 ‘악마화’도 아닌, ‘변화를 위한 나와 너’를 만나고 마주하며 동행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근원적이고 끈질긴 힘이, 바로 ‘하느님 체험’이다. 이를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영성’이라고도 부른다.

하느님을 체험하는 일상. 그 일상 한가운데에서 변화를 살아가는 나와 너. 우리는 이를 위해 ‘정직한 마주 봄’이 꼭 필요하다.

우상화도 비하나 악마화도 아닌,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를 살아가는 나와 너를 마주 보는 일. 가장 어렵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나’를 마주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오늘 하루는 온전히 그런 시간을 가졌다.

세상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나를 대면하는 게 아니다. 내가 속한 세계 한가운데에서 내가 원하는 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리고 평소라면 불가능하거나, 조금은 불필요하게 느꼈을 시간과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 안에서 웃고 있는 나를 알아챘다. 지금 내게 ‘간절한 변화’, 신이 내게 속삭이는 ‘변해야 할 방향과 지점’을 아주 조금은 알아챈 하루다.

지금 당신이 원하고 감당할 수 있는 삶과 사유의 속도. 신의 속삭임은 그때에 가장 잘 들린다. 그 삶과 사유의 속도, 그리고 당신이 선택하여 머무는 그 공간이야말로, 신이 가장 응원하는 그 순간과 그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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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7/10/08 01:50 2017/10/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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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교회란

‘이러저러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라거나, ‘이런저런 교회가 답이다’라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현실은 ‘이러저러하다고 소문난 교회’인 경우가 많다.

길찾는교회 4년차. 공동기획자인 지음님도 그렇고, 누군가 우리를 향해 ‘진보적인 대안 교회’라는 표현을 쓰면, 나를 비롯한 교회 식구들 대부분 깜짝 놀란다.

“아.. 저희가요.. 그런가요..” 라는 반응.

나를 비롯해서 스스로 길찾는교회에 ‘머무는 사람들’이라고 밝히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하나. 개인이 오롯이 선 느슨한 관계나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 ‘느슨함’이 뭔지 기준은 달라도, 개인을 압도하는 관계나 공동체는 단호히 반대하는 편이다.

둘. 우리는 ‘대안’이나 ‘특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교회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때에 할 수 있는 만큼 하고자 한다.

셋. 우리는 우리 유효성이 다하면 언제든지 해산하리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 그게 하느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

그래서 우리는 길찾는교회처럼 되면 ‘건강하다’ 거나, ‘배고프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우리는 여러 문제와 갈등을 부둥켜 안고 동행 중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 꽤 고생스럽고 배고픈 사회 생활이나 교회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교회란 게 원래 그런 부분이 있는 거 아니야? 문제는 그런 문제를 ‘직시’하고 정직하게 계속 토론하며 도전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실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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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7/10/08 01:35 2017/10/0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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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년의 싸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널리 공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이제 차별의 강을 건너자!”
- KTX 해고 승무원들의 원직 복귀와 직접 고용을 위한 성공회 거리기도회 -

안전불감증.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차별, 여성 노동자 차별.

이 수많은 차별에 맞서며 4,299일 동안
흔들림 없이 저항 중인 KTX 해고 승무원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 차별의 강을 건널 것입니다.

* 일시: 2017년 9월 27일(수), 저녁 7시
* 장소: 서울역 3층 농성장
* 연대: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나눔의집협의회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든 마귀를 제어하는 권세와 병을 고치는 능력을 주셨다.”
(루가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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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03:03 2017/09/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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