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사냥개]
                                                                                               
프랜시스 톰슨 / 이명섭 교수 옮김


나는 그에게서 도망쳤습니다. 밤과 낮의 비탈길 아래로;
나는 그에게서 도망쳤습니다, 세월의 아치 저 아래로;
나는 그에게서 도망쳤습니다. 내 마음의 미로로;
그리고 눈물의 안개 속에
그를 피해 숨었습니다, 그러고 흐르는 웃음의 시냇물 속에.
조망이 활짝 트인 희망의 가로수 길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밀침을 받아 거대한 공포의 심연 속으로
쏜살같이 거꾸로 떨어졌습니다,
쫓고, 또 쫓아오는 저 힘찬 발을 피해.
그러나 서두르지 않은 추적으로,
침착한 보조로,
유유한 속도로, 위엄 있는 긴박성으로,
그 발소리 울렸습니다 - 그리고 발보다
더 급한 한 목소리 울렸습니다 -
"네가 나를 배반하기 때문에, 만물이 너를 배반하느니라. "


나는 도망자처럼 애걸했습니다.
빠알간 커튼 드리워진,
사랑들이 격자무늬 창살마냥 짜인, 수없는 가슴의 여닫이창 가에서,
(왜냐하면 쫓아오는 그의 사랑을 알았지만
그를 모시고 나면 그 이외의 다른 것을 가질 수 없을까
몹시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허지만, 조그마한 창이 하나 활짝 열리면,
그가 다가올 때 생긴 질풍이 꽝 닫고 말았습니다.


사랑은 추적할 줄 알았지만, 공포는 피할 줄 몰랐습니다.
저는 세계의 변방 너머까지 도망쳐
별들의 황금 대문을 괴롭혔습니다,
숨겨 달라고 뗑그렁거리는 빗장들을 마구 두드려댔습니다;
달의 창백한 성문을 긁어서
감미로운 불협화음과 부드럽고 맑게 달가닥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새벽에게는 "빨리 오라"고, 저녁에게는 "곧 와서,
그대의 갓 피어난 밤하늘의 꽃으로 덮어
이 무서운 연인으로부터 나를 숨겨 다오!
그이가 보지 못하게 그대의 희미한 밤의 베일로 나를 감싸 다오!"
나는 그분의 모든 종들을 유혹했지만,
그들의 충성 속에 내 자신의 반역을,
그분에 대한 신앙 속에 나에 대한 그들의 배신을,
그들의 반역적인 충성을, 충성스런 기만을 발견할 뿐이었습니다.
모든 빠른 것들에 빠름을 달고 호소했습니다.
모든 바람의 휙휙 소리내는 말갈기에 매달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바람 말이 매끄럽게 빠른 속도로
벽공의 긴 평원을 휩쓸고 가든지,
천둥 채찍질 받아,
그가 탄 전차를 하늘을 가로질러 굉음 내며 달리게 하면서
발굽으로 걷어차 사방에 날아가는 번개 물로 철썩거리게 하든지 -
사랑은 추적할 줄 알지만 공포는 피할 줄 몰랐습니다.
언제나 서두르지 않는 추적으로 :
침착한 보조로,
유유한 속도로, 위엄 있는 긴박성으로,
그리고 발자국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
"나를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는 너를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방황하며 추구하던 것을 남녀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그마한 어린이들의 눈동자 속에는 언제나
응답하는 그 무엇,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야말로, 내가 정말 찾고 또 찾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몹시 동경하는 눈초리를 그들에게 돌렸습니다;
그러나 떠오르는 해답으로 그들의 어린 눈동자가
갑자기 아름답게 반짝이는 순간,
그들의 수호천사가 그들의 머리채를 잡아 낚아채었습니다.
"그러면, 얘, 자연의 다른 어린이들아, 이리 오너라 - 너희들의
부드러운 우정을 내게 베풀어주렴"
(나는 말했습니다);
"입술을 맞대고 인사하게 해줘,
얼싸안고 애무하게 해줘,
어머니 大地의 흩날리는 머리채를 가지고 장난하며,
그녀의 풍벽 궁전에서 그녀와 주연을 베풀며,
그녀의 파아란 천개 밑에서
그대처럼 淸潔하게 마시면서 말이야.
햇빛 샘에서 나오는 빛난 광선을 흘리는 잔으로.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나는 그들의 부드러운 우정 속에서 그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
자연의 神秘의 빗장을 잡아당겼습니다.
나는 고집 센 하늘의 얼굴에 나타나는
빠른 표정의 의미를 모두 눈치챘습니다,
나는 어떻게 구름이 사나운 바닷말의 콧바람에서 일어나는
거품에서 생기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生滅하는 萬象과 함께
기가 살아나고, 꺾이고 했습니다 - 萬象을
(슬프거나 신성한) 내 기분의 형성자가 되게 했습니다.
만상과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했습니다.


저녁이 하루의 죽은 성물들 주위에
그녀의 반짝이는 촛불을 켜는
저녁이면 나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나는 아침 눈빛 앞에서 웃었습니다.
나는 모든 날씨와 함께 기뻐 날뛰고 또 슬퍼했습니다,
하늘과 나는 같이 울었습니다,
하늘의 감미로운 눈물은 내 인간의 눈물과 섞여 짭짤해졌습니다;
고동치는 빠알간 서녘 하늘의 심장에
내 심장을 대고 뛰게 하며,
온기를 같이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그것으로도 내 인생고뇌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늘의 회색 볼에 내 눈물을 적셔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아! 우린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나 말입니다. 난 소리내어 말하지만 -
그들의 소리는 움직임일 뿐, 그들은 침묵으로 이야기 할 따름입니다.
가련한 계모인 자연은 내 갈증을 해갈시킬 능력이 없습니다.
자연이 내 친어머니임을 주장하려면,
저 하늘 푸른 가슴에 두른 베일을 떨어트리고, 그녀의
모정의 젖가슴을 내게 보여달라 하십시오.
그녀의 젖이 내 목마른 입을
축복한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요.
가까이, 가까이, 추적해 옵니다,
침착한 보조로,
유유한 속도로, 위엄있는 긴박성으로.
저 요란한 발소리 지나
더 빠른 소리가 들립니다 -
"보라, 내게 만족을 주지 않는 네게 아무도 만족을 주지 않느니라."


벌거벗은 채 저는 당신이 쳐든 사랑의 칼을 기다리나이다!
당신은 제 갑옷을 제 몸에서 토막토막 끊어 버렸사옵고,
저를 쳐 무릎을 꿇게 하셨나이다;
저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입니다.
제가 잠이 들었던가 봅니다, 깨어나
찬찬히 살펴보니, 잠든 사이에 옷이 벗겨졌습니다.
젊은 혈기가 넘친 나머지 경솔하게도
저는 시간의 기둥을 흔들어
제 머리 위로 지붕을 잡아당겼습니다. 저는 온몸에 먼지투성이가 되어
퇴적된 세월의 먼지 가운데 서 있습니다 -
제 망가진 청춘이 그 더미 속에 매몰되어 버렸습니다 -
제 날들은 폭발해서 연기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시냇물 포말처럼 부풀었다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꿈꾸는 자에게 꿈도 쓸모 없이 되었고
루트 치는 사람에게 루트도 쓸모 없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꽃핀 밧줄로 지구를 마치 팔목의 노리개 마냥 흔들었던
줄줄이 이어진 상상력마저
끊어지고 있습니다. 너무도 약한 연줄들이 모두
무거운 슬픔의 짐을 진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 당신의 사랑은 정녕
자기 꽃 이외에는 아무 꽃도 피지 못하게 하는
잡초이옵니까? - 시들지 않는 不滅의 잡초이긴 하지만.
아! 정녕 -
無限한 창조주시여 ! - 아 ! 정녕코
당신은 나무를 태운 후에야 그것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사옵니까 ?
제 淸純한 청춘은 그 간헐적인 소나기를 먼지에 낭비해 버렸습니다,
지금 제 마음은 폐천과 같사옵니다,
한숨짓는 제 마음의 가지 위에 앉아
떨고 있는 축축한 생각에서 흘러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그 속에 고여 썩어 가고 있사옵니다.
지금도 이 꼴이니 앞으로는 어찌 되겠습니까 ?
나무 속이 이렇게 쓰니 껍질이야 오죽하겠습니까 ?
시간이 운무 속에 흩으려 놓은 것을 희미하게 헤아려 봅니다.
그러나 가끔 숨겨진 영원의 보루에서 나팔소리 울립니다.
그러니까 저 흔들린 운무가 잠시 흐트러졌다가는
반쯤 힐끗 보인 탑들을 다시 천천히 둘러쌉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어두운 홍포를 감으시고, 주목왕관 쓰신 분,
저를 부르시는 그분 얼굴을 처음으로 대하였습니다.
그분 이름과 그 나팔소리의 뜻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드리는 추수가 인간의 마음이든지, 생명이든지,
당신의 전답에 썩은 죽음의 분뇨를 쳐야만 하나이까?


이제는 저 긴 추적의 큰 발자국소리가
가까이 당도하였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부서지는 파도처럼 내 주위를 에워쌉니다.
"네 땅이 그렇게 망가졌느냐 ?
그렇게 산산조각 났단 말이냐 ?
보라, 네가 내게서 도망치니까, 만물이 네게서 도망치느니라.
이상하고. 가련하고, 헛일하는 것아.
어찌하여 사람들이 네 몫으로 사랑을 따로 떼어놓겠느냐?
나밖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소중히 여기는 자는 없느니라.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인간의 사랑은 그만한 공로가 있어야 받느니라,
너는 무슨 공로가 있느냐 -
엉긴 흙덩이 같은 모든 인간 중에서 가장 거무칙칙한 흙덩어리인 네가 ?
오호라 너는 아무런 사랑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모르고 있으니 !
치욕스런 너를 사랑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나밖에는, 단지 나밖에는 말이다.
내가 네게서 빼앗았던 것은
너를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네가 내 품에서 그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였느니라.
네 어린애 같은 착각으로
잃었다 생각했던 모든 것을, 내가 너 위해 집에 간수해 두었다:
일어나서, 내 손을 꼭 쥐고, 가자 !"


제 곁에 저 발자국소리가 멎었습니다;
제 어두움이 결국 쓰다듬으려고 내민 그분의 손 그림자였단 말입니까 ?
"아, 어리석고. 앞못보고, 약하기 짝이 없는 자여,
네가 찾는 사람은 바로 나야 !
너는 나를 쫓아 버렸기 때문에, 사랑을 쫓아 버렸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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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03/19 22:28 2007/03/1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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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몸에 맞는..

# 1. 사진.


사진을 찍는 것을 즐거워하던 친구들이 유난히도 많았던 작년.

그 중에서도
지금은 정동에 있는,
서울대교구 사무국에 전도사로 가 있는 희철이란 친구가 찍어주었던 사진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벌써 2명이나 함께 가던 길을 멈추었다.

한분은 작년 1학기를 마치고 2학기를 시작하면서..
나머지 한 녀석은 3학기가 시작되던 지난 달에..

첫번째 멈추던 형의 걸음에도 무척이나 아팠지만,

난 사실
이번에 멈춘 녀석의 '잠시 멈춤'이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와서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너무 묵직하게 아파와서,
그 녀석한테 아프다는 말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안 그래도 '잠시 멈춤'이라는 선택을 하면서 많이 아플 그 녀석에게
내 아픔이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 더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녀석한테 그저 "난, 너 미워!"라고만 했다.

하지만..

신대원 도서관 안쪽에 자리잡곤 하던 그 녀석의 빈 자리를 보고선,
난 건물 뒷편 언덕의 벤치에 올라가서 한참을 훌쩍거리다가 돌아왔다.


# 2. 난.


난 사람들이 '성직' 또는 '사제'라고 부르고,
스스로는 '사역자' 또는 '하느님과 사람의 종'라고 부르는 이 일에 부름받는 사람들은,

정말 못나고 못난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면 이 일은 평생 '노력'해야 하고,
평생 수많은 것들과 '싸워가며' 다른 이들에게 '평화'를 선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력'이 필요없을 정도로 똑똑하거나 부족함 없고
그 수많은 것들과 싸우는데 '겁을 낼 정도로'  번듯이거나 계산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 멈춘 녀석은,
그렇게 못나지 않았는데도 이 길을 함께 가는 것이 불안하지 않던 녀석이었다.

나와 '비슷하지' 않았는데 어색하지 않던 그런 녀석이었다. 

다르기에, 내게 없는 많은 걸 가지고 있기에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던 그런 '멋진'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동지로 함께 있던 내 곁에서 떠난 것이다.

그리고..
.
.
.
.
.

난 캐석을 줄여서 몸에 맞춰 입었다.

이 사진은 이제,

오늘과 어제가 달랐음을 기억케 하는
'옛 사진'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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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03/18 01:57 2007/03/1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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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다는 것.

# 1. 메모.

메모를 즐겨하는 나는,
아직 정리하지 못한 수첩이 꽤 많이 있다.

그때마다 끄적거리던 메모장에는
어느날 어느 순간인지도 모르게 적어 놓은 많은 '조각 얘기'들이 있다.

사람에 대한 얘기.. 날씨에 대한 얘기.. 느낌에 대한 얘기.. 슬픔이나 사랑에 대한 얘기..

문득 그 이야기들이 생각나 수첩을 뒤적거릴 때이면,
언제인가 이 얘기들을 잘 정리해 둬야 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나는 메모들로 꽉찬 수첩을 서랍 한켠에 넣어 두고서는
새로운 수첩을 꺼내서 다시 새로운 날들의 조각들을 메모하기 시작한다.


# 2. 여백.

그렇게 하나둘씩 수첩이 늘어가면서도,
정리되지 못한 지난 날들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했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어 노쇠하게 되면,
나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부담되거나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있게 될 거란 걸 잘 알기에,

나는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그렇게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던 것이다.

꽤 오랫동안 '바쁘다'는 것은, 내 존재의 또다른 이야기이었다.

그러나..

정리하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둔 수첩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는 요즘.

난 지금의 내 스스로가,
나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내 보폭으로 내게 주어진 '길'을 걸으리라고 그토록 다짐했건만,
어느새 다른 이들이 요구하는 보폭으로 그들이 원하는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 내 보폭으로 걷는지를 확인하며
이 길이 진정 내 길인지 돌아보는 '여백'을 주고 사는지..

사람이란 '관계' 속에서 확인되는 존재라는 면이 있기에
자기 스스로에게 부여한 만족감이나 의미만으로는 살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빽빽하게 쓰여진 수첩 속의 글씨는 누구라도 알아 볼 수 없듯이
여백이 없는 생활은 그처럼 스스로 조차도 알아 볼 수 없는 수첩과도 같을 것이다.


# 3. 살짝 미친다는 것.

그렇기에 요즘의 내게 너무나도 필요한 것은,  '살짝 미치는' 것이다.

늘상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배려하며 살아야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
내가 만나고 싶고 내가 느끼고 싶으며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하며 살 수 있는

그렇게 '살짝 미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내겐 너무나도 간절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짝 미친 나를 이유없이 껴안아줄 수 있는 사람도 간절하다.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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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07/03/14 01:39 2007/03/1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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