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유령들의 영토

이곳은 이 땅의 ‘유령들’이 머무는 곳.

분명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취급받는 이들이 쉬는 곳.

무시받고 외면당하고 삭제되는 존재들의 땅.

동등한 사람인데 유령 취급받는 이들의 땅.

미등록 이주민, 성소수자, 워킹 푸어.
또 다른 방식으로 쫓겨나는 사람들.
다양한 맥락과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

용산나눔의집, 사회적소수자 생활인권센터.

유령 취급받는 이들이 사람으로 숨쉴 수 있는 곳.

나에게 당연한 일상 생활이 누군가에겐
인권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함께 싸우는’ 곳.

* 덧. 해방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나 급하게 갈월동으로 옮기는 용산나눔의집. 그러나 우리는 위기를 디딤돌 삼아 우리가 하던 일을 좀 더 ‘명료하고 힘 있게’ 진행하기로 논의 중이다. 우리는 그냥 물러서지 않을 거다. ‘더 가진 자들’ 뜻대로 되게 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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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4/24 00:23 2018/04/2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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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웅크린 하느님

웅크린 하느님.

거리 기도회를 드릴 때마다 나는 한편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하느님’을 만난다.

사람이 많든 적든 가만히 둘러 보면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웅크린 하느님’이 있다.

거리 기도회로 함께 할 때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절박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만난다.

절박할 수밖에 없는 싸움.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마음보다, ‘여기서 더 밀리면 끝이다’ 라는 마음이 더 큰 사람들. 그렇게 견디고 있는 사람들.

그 곁에 웅크린 하느님.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하느님.

내가 거리 기도회 때마다 만나는 하느님은 그런 하느님이다.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훌쩍거리는 연약한 하느님이다. 그래서 내가 그 곁을 지킬 수밖에 없게 하시는 그런 웅크린 하느님이다. 눈물 없이는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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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2 03:44 2018/04/2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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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인에게 ‘합리적인 선택만’ 요구하는 목소리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종교인은 인간의 삶에 합리와 더불어 ‘신비’라는 ‘틈과 균열’이 존재함을 고백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종교인 가운데 합리적 이해나 토론이 어려울 정도로 ‘모든 걸 신비로 지칭하는 사람’은 일단 의심하게 된다. 우리가 종종 신비라고 표현하는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틈과 균열. 그것은 ‘일상과 합리’라는 영역에 단단히 기초하고 있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종교인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그들이 받아드릴 수 없는 또 다른 신비를 말하거나 살라’고 강요하는 목소리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그들은 ‘합리와 맥락 그리고 구성’이라는 틀로 세계와 관계를 이해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를 터부시하지 않고. 각자가 서 있는 자리를 잘 이해하며, 상대의 주장을 듣고 토론하여 ‘교차하는 지점들’이 더욱 풍성해지도록 할 수 없을까.

내가 끊임 없이 ‘따로 또 같이’를 떠드는 이유다. ‘삶은 개인적으로, 문제 해결은 사회적으로’ 라는 개념과 프레임이 따로 또 같이 작동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근대나 그 이후를 상상하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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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2 03:34 2018/04/2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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